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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반 목록  >  향소공부방  >  목요반

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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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5-02-07 22:06 | 조회 692 | 댓글 4

본문

봄비
                              김남훈
모든 비가 똑같다고 하지 마라.
봄에 오는 비는
꽃을 훌쩍 자라게 한다.
비 오고 난 뒤
깨끗하게 씻겨 나간 세상과 길
그 길에서 만난
허리춤까지 훤칠하게
자란 꽃들이 듬직하다.
 
봄은 겨울의 아들이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씨앗을 품었다가
눈이 내려 양분이 얼어붙을 지경인데
자기 몸을 깎아 먹이고 보듬고
튼실한 젖 동이 봄은 그렇게 컸다.
 
봄비는
초록 세상을 만드는 모유다.
초록이 뒤덮을 이 세상
오월이 오면
상큼한 풀 내음 가득한
초록 세상의 품으로 풍덩풍덩
내디딜 거친 걸음마처럼
두려움 없는 세상으로
 
껍질을 깨고
박차고 나갈 팍팍한 세상 속으로
 
비가 오면
봄은 독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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