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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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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3-08-18 21:26 | 조회 67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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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개업한 선배의 병원에 인사차 방문했다. 미리 연락하지 않고 찾아갔는데 시간이 흘러도 환자가 나오지 않아 진료실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선배는 메모지에 뭔가를 적으며 환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컴퓨터가 고장 났나 했는데 환자가 나가자 선배는 다시 컴퓨터에 적은 내용을 입력했다. 왜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을 두 번에 걸쳐 하는 걸까? 진료가 끝나자 선배에게 아까 일을 물었다.

선배는 별걸 다 물어본다며 대답했다.
“내가 겪어 보니 환자 얼굴도 안 보고 진료하는 의사가 무척 서운하더라고…….”

선배는 얼마 전 건강 검진에서 이상 결과가 나와 병원에 입원했다. 평소 건강만은 자신하던 선배에게 그 사건은 큰 충격이었단다. 담당 의사의 한마디 한마디에 얼마나 긴장되는지, 내 병원을 찾는 환자들도 그랬겠구나 생각하며 그동안 무뚝뚝하게 진찰했던 모습을 되돌아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 뒤부터 시간이 걸리더라도 환자의 얼굴을 보며 진찰한다는 것이었다. 진료시간이 길어져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라고 했다.

짧은 만남을 마치고 발길을 돌리는데 문득 대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노교수님이 하셨던 질문이 기억났다.
“진료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요?”

수많은 의견이 나왔지만 교수님의 대답은 이랬다.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서는 바로 그 순간부터입니다. 환자의 표정과 걸음걸이처럼 작은 것을 관찰하는 게 진료의 시작이지요.”

뒤돌아서서 병원으로 돌아가는 선배의 뒷모습을 보았다. 늘 볼품없는 아저씨 같던 선배가 오늘은 무척 멋져 보였다. 아마도 내가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선배에게서 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글ㆍ김재국 님 | 전북 전주시 (월간 「AMBLER」 2013년 4월호 중에서)

댓글목록

단장 이은정님의 댓글

단장 이은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런 의사들이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분들이 사람에게 더 애정을 가져야 하는건데
그런 의사를 만나기는 불가능할까요?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정말이에요.
환자들은 의사의 그 한마디에 얼마나 마음을 졸이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툭툭 던지는 말
전문용어로 휘리릭 지나가버리고.
물어보고싶어도 말꺼내기가 두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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