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호 《좋은생각》에 도보 여행가 김남희 님 인터뷰가 실립니다. 그는 서른넷에 세계 일주를 시작해 꼬박 10년간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남미를 여행했습니다. 귀한 경험을 얻었지만, 몸은 많이 상했습니다. 20킬로에 육박하는 배낭을 메고 도보로 여행하니 몸에 무리가 갈 만도 하죠.
그에게 여행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없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에콰도르 코토팍시(Cotopaxi) 산을 등반한 경험을 들려주더군요.
“5,897미터에 이르는 코토팍시 산 정상을 1,000미터 정도 남겨둔 때였어요. 캠프에서 자고 새벽에 일어나 등반하는데 너무 힘들더군요. 잠시 쉬려고 앉았어요. 그때 산 아래 도시 불빛이 보이더군요. 빌려 신은 큰 등산화 때문에 발은 아프지, 날씨는 춥지, 순간 '저 사람들은 편안히 집에서 쉬는데,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와 내가 왜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등반을 포기하고 곧장 내려왔어요.”
예전에 그라면 중도 포기는 있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제 힘든 여행은 못하는 걸까? 내가 선택한 일은 끝까지 해내던 의지는 다 어디로 갔나?'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으며 보낸 한 달이 무척 힘들었다며 그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결론은 제가 늙었더라고요. 하하. 힘도 빠지고, 허리도 아프고, 의지도 예전만큼 세지는 않더군요. 약해진 내 모습을 받아들였어요. 산을 다 오르지 못했지만, 그 경험은 소중했어요. 도중에 내려올 수도 있는 것, 그게 인생이라는 걸 배웠죠. 내가 생각한 길을 끝까지 못 갈 수도 있지만, 그래서 내 인생이 끝나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고 나니 10년간 내가 가고픈 곳이라면 어디든 나를 데려가고 걷게 해 준 몸이 한꺼번에 아파왔어요.”
우리는 '약한 나'보다 '강한 나'를, '작은 나'보다 '큰 나'를 존중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약해진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입니다. 내 마음을 자라게 하는 진정한 힘은 여기에서 나오니까요.
글ㆍ월간 《좋은생각》 박헤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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