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꾼의 어개를 먼저 생각하시게 > 목요반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회원로그인

접속자집계

오늘
331
어제
512
최대
3,179
전체
642,227

접속자집계

접속자수
5
목요반 목록  >  향소공부방  >  목요반

가마꾼의 어개를 먼저 생각하시게

페이지 정보

작성일 13-07-03 23:40 | 조회 248 | 댓글 3

본문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시게
arrow_green.gif 정운찬

안녕하십니까, 동반성장 연구소 이사장 정운찬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대한민국 총리 정운찬을 만든 부모님은 어떤 분이냐고.
저는 오늘 제 어머니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본 것 자체가 행운이었습니다.
딸과 아들을 합쳐 열을 낳고 그 가운데 몇을 병으로 잃으신 어머니는 마흔이 훨씬 넘은 연세에 임신을 하자 더럭 겁부터 나셨던 모양입니다. 그 독하다는 익모초 약을 진하게 달여 장복하셨습니다. 모든 약이 다 그렇듯 익모초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뒤탈이 있을법한데 저는 어머니 뱃속에서 내성을 길러서 그런지 어머니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건강히 세상에 나왔고 감기한번 안 걸리고 잘 자랐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집들이 그러하듯 저도 가난과 동거하며 살았습니다.
그나마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사정은 더 나빠졌습니다.
졸지에 자식들의 기둥이 되신 어머니는 힘겨운 삶에서도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셨습니다.
새벽에 길어온 물을 소반에 올려놓고 조상들께 소원을 비는 의식이었습니다.
“어제 하루 우리 식구들 평안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낼 수 있게 보살펴 주시옵소서.”
그리고 자식들 이름을 일일이 다 부르시며
“제 밥 먹고 살게 해주시고 남에게 폐 끼치는 일 하지 않도록 보살펴 달라.”는 말로 어머니는 간절한 기원을 마무리 하셨습니다. 잠결에 어머니의 기도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했습니다. 새삼스럽게 생활이 달라질 것도 없지만, 눈을 감은 채 오늘도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새벽 그 순간, 우리 집은 한없이 경건하고 행복했습니다.
어머니는 막내인 제게도 말을 놓지 않으셨습니다.
“손이 안 닿는 곳에 있는 음식은 먹으려고 하지 말게.”
“세 번 이상 청을 받기 전에는 남의 집 잔치에 가는 것이 아니네.”
어느 분이 먼저 그 말씀을 하시기 시작했는지 명확한 기억은 없지만, 아무튼 아버지와 어머니는 기회 있을 때마다 어린 자식들에게 이런 말씀을 반복적으로 들려주셨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은 철저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정작 우리에게는 팔을 뻗어야 집을 수 있을 만큼 반찬이 가득한 밥상을 받아본 적도 별로 없었고 세 번씩이나 간곡히 오라고 부르는 잔치도 딱히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에게는 밥이 곧 하늘이었습니다. 한 나절을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도 한 끼를 보장해 주지 않았습니다.
방 한 칸에 한 가족씩 ? 한 지붕 아래 다섯 가족이 함께 살았으니까 - 매일 스무명이 넘는 사람이 북적거리는 집안에서 일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어린 시절 쌀밥을 먹을 수 있었던 적은 명절날과 생일날 아침과 제삿날 밤중이 고작이었습니다.
제삿밥은 똑같은 분량으로 나뉘어져 골고루 한 집안 다섯 가족에게 배분되었습니다.
간혹 색다른 음식이 있으면 다른 집에서도 똑같이 그렇게 했습니다.
밥은 그래서 아무도 독차지할 수 없는, 누구에게나 공평한 하늘이었습니다.
그 때를 빼고는 미국에서 원조물자로 준 옥수수 가루를 넣고 멀겋게 끓인 죽,
또는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와 국수 같은 것이 밥상에 오르는 음식의 전부였습니다.
점심은 으레 거르기 마련인 그 때 우리에게 죽 한 그릇은 새날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경건한 성찬이었고,
또한 그날 하루도 열심히 몸을 움직인 대가로 저녁에 제공되는 근사한 보람 같은 것이었습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을 가르치는 것을 업으로 삼은 지 수 십년이 지났는데도 학교라고는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내 어머니만큼 훌륭한 교사가 못된 것 같아 아침이면 늘 나는 교단에 서는 것이 망설여지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어머니의 기도와 가르침, 그리고 주변 선생님들의 도우심으로 저에게는 어느덧 박사학위와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시던 대학교수라는 타이틀이 주어졌지만, 그 때는 제 곁에 반드시 있어야할 분- 어머니가 안계셨습니다. 그 후 병석에서 쓰신 어머니의 편지를 받게 되었는데
“가마를 타게 되면 가마꾼의 어깨를 먼저 생각하게.”
한지에 적힌 글씨는 어머니 얼굴처럼 여전히 단아했습니다.
그 글이 어머니의 마지막 메시지. 마치 백조의 울음과도 같았습니다.
제게 동반성장은 어머니의 가르침입니다. 감사합니다.

댓글목록

홈지기님의 댓글

홈지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렇게 반듯하게 자랄수 있음은 위대한 어머니의 힘입니다.
훌륭한 어머니 밑에 훌륭한 아들이 나는 법이지요.
오늘 하루 뒤돌아보며 반성해 봅니다.
지금 나는 아이들에게 잘 하고 있는지를...

Total 503
목요반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43 7월 18일 목요스터디 댓글5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8 246
142 만약인가, 다음인가 댓글4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2 247
141 7월 11일 목요 스터디 댓글7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11 252
140 7월 4일 목요 스터디 댓글6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4 257
열람중 가마꾼의 어개를 먼저 생각하시게 댓글3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3 249
138 81년동안 다닌 직장 댓글2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2 232
137 변종이 됩시다. 댓글2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7-01 283
136 6월 27일 목요스터디 새 식구가 왔습니다. 댓글8 인기글첨부파일관련링크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7 204
135 그렇습니다 댓글2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7 265
134 성문을 열어 적군을 물리치다 댓글3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5 275
133 눈물과 감동의 서비스 - 다카시마야 백화점 댓글3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4 273
132 활 만드는 사람과 방패 만드는 사람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4 341
131 44 인기글관련링크 학회 회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1 372
130 2013년6월21 금요반수업 신입회원 진주샘환영해 주세… 댓글3 인기글 국장이영자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1 481
129 6월 20일 목요 스터디 댓글4 인기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06-20 268
게시물 검색

(사)국제아름다운소리협회
대구시 수성구 고산로 121-21 (4층)
국제아름다운소리협회
rnrwp1104@naver.com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