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승/백석 (조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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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jpg(276.0K)[0]2011-07-28 15: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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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댓글목록
박종희님의 댓글
박종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은숙선생님!
어제 수업 넘~감사 드려요..
아름다운 소리에 한참을 머물러 다녀갑니다..
조은숙님의 댓글
조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 (감각적 어휘)
* 가지취 내음새가 났다 : 속세의 번민을 잊은 모습(산골에 나는 나물 연상)
*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 찌든 모습은 그대로였다
* 나도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 화자 자신의 처지도 비슷함
* 금점판 : 금광을 캐는 광산
* 가을 밤같이 차게 울었다 : 서럽고 고통스런 삶
* 섶벌 : 재래종 일벌 (민족의 유랑의 현실)
*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 어린 딸이 도라지꽃이 많은 돌무덤에 죽어서 묻힘
* 슬픈 날 : 속세를 떠나는 날
* 머리오리 : 머리카락
* 산절 : 현실의 고통을 초탈하기 위한 세계
* 마당귀 : 마당의 한 귀퉁이
*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 : 여인이 스님이 되던 장면을 감각적으로 표현
● <여승> 내용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감각적, 전통적, 토속적, 애상적, 회상적
* 제재 : 한 여인의 슬픈 이야기
* 주제 : 한 여인의 한스러운 삶 - 가족공동체의 상실과 여승의 비극적인 삶
* 특징 1. 서사적 구성( 추보식 구성에 변화를 줌)
2. 토속적인 소재와 시어
* 구성
1연 : 여승의 현재 모습
2연 : 여인과의 만남 회고
3연 : 여인 가족의 와해
4연 : 여승이 된 과정
* 출전 : <사슴 (1936)>
● <여승> 이해하기
이 시는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을 노래하고 있다. 즉, 지아비와 지어미 그리고 딸아이로 구성된 한 가족이 있었다. 그들은 원래 농사를 지었을 것이다. 그러다가 농삿일로 생계를 꾸릴 수 없어서 지아비는 집을 나가 광부가 되었고, 아내는 십년을 기다리다가 남편을 찾아 집을 떠났다. 금점판 등을 돌며 옥수수 행상을 하면서 남편을 찾으려 했던 것이다. 이런 고생을 못이겨 딸은 투정을 부리고, 그 어미는 딸을 울면서 때리기도 한다. 그러다가 딸이 죽어 돌무덤에 묻히자, 그 여인은 삭발을 하고 가지취와 불경을 만지면서 여생을 보내는 여승이 되었다. 이렇게 재구할 수 있는 이야기를 통하여 이 시는 농촌의 몰락을 중심으로 하는 일제 강점기의 민족 현실을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섶벌같이 훌쩍 떠나갈 수밖에 없는 민족의 현실, 그리고 그를 찾아 금점판을 헤멜 수밖에 없는 또다른 우리 민족의 삶이 12행의 짧은 시 속에 용해되어 있는 것이다. '가을밤같이 차게' 울면서 자식을 때리는 어미의 모습이나 '도라지꽃'을 좋아하여 그 곁에 돌무덤을 만들어 딸의 죽음을 형상화하는 탁월함은 쉽게 가까이 가기 힘든 표현이다.
또 산꿩의 울음이 여인의 울음으로 형상화되고 있으며, 여인의 슬픔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지는 머리오리를 대체하기도 한다. 이를 통하여 슬픔을 초월하는 여인의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가지취의 냄새가 나는 여승의 모습에서 '불경처럼 서러움'을 느끼는 시적 자아도 결국은 이런 부류의 사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시는 이런 형상을 통하여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리얼리즘시의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중에서 암흑기로 불리던 1930년대 후반의 민족문학의 시적 성과가 백석의 경우만 보더라도 만만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자, 백석 등의 해금시인들의 시작이 프로시의 한계였던 이념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있는 실상을 확인시켜 주는 예이기도 하다.
이 시는 공간의 확대와 더불어 시점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성년의 화자에 의해서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광에서 만난 슬픈 여인이 소개된다. 여인은 물론 고향 속의 사람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서럽고 애잔한 분위기를 통해서 화자와 친화한다. 말하자면, 이 작품은 친족 공간의 수평적 확대와 동시에 가족주의의 붕괴라는 이중의 의미를 굴절시키고 있다. 백석이 고향의 것들을 애써 환기시키려는 이면에는 결국 상실된 것들을 토대로 묵시적으로 보여 주려는 현실의 좌절된 경험과 생존이 자리잡고 있다.
1연 : 산사에서 여승을 만났는데, 그는 언젠가 한번 본 얼굴이었다. 그리고 옛날의 찌들었던 얼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합장을 하는 그 여승은 이미 속세의 번민을 잊은듯이 불경과 산나물에 흠씬 물든 것 같았다.
2연 : 나는 옛날 평안도의 산골의 어느 금점판에서 얼굴이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산 적이 있다. 그때 그 여인은 딸을 때리며 그 자신도 슬프게 울고 있었다.
3연 : 그 여인의 지아비는 어려운 살림살이를 견디다 못해, 섶벌처럼 집을 나가서 10년이나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후에 어린 딸도 죽어 도라지꽃이 많이 피어 있는 돌무덤에 묻혔다.
4연 : 그래서 여인은 꿩의 슬픈 울음을 위안 삼아 산절의 마당에서 머리를 자르고 중이 되었다.
조은숙님의 댓글
조은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백석의 여승이 단 번에 맘에 들었습니다.
시의 느낌만 대충 느끼고 몇 번 읽어 보았는데
내용을 알고 보니
참 높고 깊은 시입니다.
성샘이 슬픈 노래나 시는 읇조리지 않는다 하셨는데...
그래서 밝은 낭송을 해야겠다 맘 먹었는데...
백석의 여승은 슬프지만 격조있고 깊은 시입니다.
다음 번에는 밝고 희망적인 내용도 올리겠습니다.^^
권문주님의 댓글
권문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조선생님 들을때마다 슬퍼요 훌쩍훌쩍..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시를 이해할 수 있어 좋습니다.
권문주님의 댓글
권문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뒷부분에 와서는 음악이 너무 커서 신금을 울리는 조은숙 선생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서 아쉽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