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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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공의 구두칼은 비탈진 굽을 도려내고 있다.
바닥 판까지 닳은 굽이 뿌드득 이를 간다.
이 구두를 신고 얼마나 이 악물고 걸어왔을까.
헐고 닳은 굽을 도려내자
구두 바닥이 해어져 구멍이 뚫려 있다.
우정을 믿고 서 준 보증이 무너졌을 때
남편의 가슴도 저렇게 휑하니 뚫렸으리라.
접착제를 발라 둔 구두 굽을
다시 붙이고 망치를 두들겨 대자
염색 벗겨진 뒤꿈치가 신음 소릴 낸다.
소득을 위해 할 일이 마땅치 않던 시절
아내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걸었을 거리에
저 낡은 뒤축의 살점들이 묻어 있을까
구두약을 바르고 문지른다
힘들지 않은 척 큰소리치며
불평 없이 걸어온 사람이 미워진다
다 되었습니다.
뒤뚱거리며 걸어온 기억을 죄다 잊은 듯
반짝이는 구두가 낯설다.
-박나리-
댓글목록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작성일
회장님은 이런 글을 올려서 가책을 받게 만드십니까?
집에 와서 호기를 부리는 남편이 안쓰러울 때 많죠.
세상에서 하루종일 부대낀 것 생각하면 늘 감사해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게 안 되더군요.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ㅋㅋ저 또한 자극받으려고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았는지
한번씩 살펴가며 살고자 할 따름입니다.
김경희님의 댓글
김경희 작성일
마음이 짠한 글이네요
누구나 같은 마음을 느꼈으면 합니다
...요즘은 구두 수선집도 잘 보이지 않더군요
...버리고 사는 것이 더 쉬운 세상이 된 거죠!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저도 좋은 생각에서 보고는 맘이 짠하여 올렸어요.
잊기쉬운 나의 행동들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죠?
조은숙님의 댓글
조은숙 작성일
몇 번이나 읽어 보았습니다.상처를 보듬어 줘야 하는 사이인데도
어쩌면 가장 많은 상처를 나누는 사이는 아닌지...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는데 말입니다.^^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담번 수업은 이 낯선구두로 해보면 어떨까요?
우리 모두의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요?
아니 나만의 고민인가?
저는 가족을 이해하려고 항상 노력은 합니다만 나 아닌 누군가도
그렇게 느끼도록 살고 있는지는 의문이니까요.ㅎㅎ
조은숙님의 댓글
조은숙 작성일네 그러면 좋겠네요. 제가 목요방에 옮겨 놓겠습니다.
신명희님의 댓글
신명희 작성일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메어오네요
예전엔 남편이 월급을 아내에게 직접전해주며 뿌듯해하고
돈을 받는 아내 역시 고마움을 많이 느꼈었는데
요즘은 아내통장으로 바로 입금되는 바람에
아내들이 그 고마움을 잘 못느낀다죠?
저역시도 그랬던것 같아요
남편에게 투정만부린 지난날이 부끄러워지네요
오늘 저녁은 남편이 좋아하는 봄내음 물씬풍기는
냉이국이라도 끓여볼까해요^*^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작성일
어쩜 이런 배경음이....
남자 탐구 정말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