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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마주꽃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은정
작성일 12-04-03 23:02 | 조회 1,432 | 댓글 10

본문

해마다 사월이면 눈으로, 마음으로 꽃을 본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과 내 안에 새겨진 마주꽃이다.
십 년 전 이맘때였다. 노부부가 영등포 역에서 두 손을 꼭 잡고 지하철을 탔다. 앉아 있던 나와 친구는 자리를 양보해 드렸다. 할머니는 앉으셨는데 할아버지는 한사코 괜찮다며 나더러 자꾸 앉으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젊은이, 내가 할멈하고 마주보며 가고 싶어서 그래."
나무같이 큰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마주 보며 만개한 벚꽃처럼 환한 웃음을 지으셨다. 할아버니는 간간이 몸을 숙여 할머니 귀에 소곤소곤 말하셨다. 그때마다 할머니는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랑살랑 흔드셨다. 눈빛과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마치 키 작은 나무에 핀 꽃과 키 큰 마무에 핀 꽃이 서로 마주보는 것 같았다. 나는 외람한 질문을 드렸다. "할아버지 올해 두 분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는 여든아홉이여. 할멈은 여든여섯이고."
결혼하신지 칠십 년이 됐단다. 그날 본 노부부의 사랑은 내 안에 '마주 꽃'이 되었다.
벚꽃이 한창인 요즘, 나도 누군가의 마주 꽃이 되고 싶다. 꽃이 어디 물로만 피던가. 관심 어린 눈빛과 서로를 위하는 말로도 꽃은 핀다. 누가 사월을 잔인하다 했는가. 내 안에 마주 꽃이 활짝 피고, 밖으로는 벚꽃이 만개하는 이 사월을.

                      - 박진홍 님, 좋은 생각 중에서 -

댓글목록

신명희님의 댓글

신명희 작성일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이
마치 직접 본것처럼 선명하게 그려지네요
아!~~~~ 그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모든 부부가 그렇게  늙어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김경희님의 댓글

김경희 작성일

눈으로 마음으로 꽃을 보는 사람이고 싶어요
얼마 전 부터 매일 같이 지나던 길옆 어느 집 담 너머로 보이던 늙고 앙상하던 나무가 있었어요
왜 저런 나무를 베어 버리지 않고 둘까 생각했죠
초라한 건물과 좁아 보이는 앞뜰에 힘들어 보이던 나무였어요
그런데 어제 그 나무에서 하얀 목련꽃이 피어 있었어요
아마도 그 집 주인은 그 꽃을 보기 위해 참으로 오랜 시간을 기다렸을 것 같았어요
4월이면 꼭 핀다는 믿음을 갖고 말이죠
희망처럼 그 집을 환하게 했어요
오래지 않아 그 꽃은 지겠지만
불꺼진 어두운 창문에 한들한들 손짓하던 목련을 노부부는 누워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잠시 쳐다 보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을 한장 컷!
언젠가  나의 한폭의 수채화를 위해^^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작성일

마주꽃!
정말 아름다운 꽃이네요.
말도 예쁘고....
저도 마주꽃으로 거듭나야겠어요.

권문주님의 댓글

권문주 작성일

마주꽃은 저승에도 피겠지요?^^

조은숙님의 댓글

조은숙 작성일

자다가 깨서 보고... 인쇄했습니다.
내일 좋은글 녹음해야겠어요.^^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사람마다 감동은 비슷한가봐요.
저도 계속 부부얘기만 올리는 것 같아 안올리려다 넘 좋아서 올렸는데
모두들 비슷한 감동이 들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오춘희님의 댓글

오춘희 작성일

마주꽃...이름이 예뻐요.
글쓰는 사람들은 참 아름다운 말들을 만들어내네요.

한미자님의 댓글

한미자 작성일

먼 후일 남편과 나의 모습을 상상해봤습니다. 마주꽃이 될수 있을런지....

이복희님의 댓글

이복희 작성일

경대병원에 침상에서 앞에 언니가 좋은생각이란 책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 읽은 마주꽃이네요.. 한동안 입가에 미소가 머물다 갔습니다.
다시보니 더 정감이 가네요..

이영희님의 댓글

이영희 작성일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곱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 진정 배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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