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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어머니, 새해엔 어떤 꿈을 꾸십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은정
작성일 12-05-25 22:24 | 조회 1,324 | 댓글 18

본문

김선정 (시나리오 작가)

밤이 깊은 시각, 엄마와 영화를 보러 나선다. 종일 청소하느라 쉴 틈 없던 엄마였고, 마감 때문에 정신없던 나였다. 해가 까무룩 잠들고서야 고생하는 엄마가 보였다. 미안한 마음에 귀찮다는 엄마를 졸라 나선 것이다. 어느새 내 손을 꼭 잡고 걷는 엄마가 말한다. 어쩜 이렇게 손이 작으냐고, 이 손으로 뭘 할 수 있느냐고. 농담처럼 대답한다. 그러니까 자판이나 두드리며 글 쓰는 거라고. 그러자 엄마는 "요 작은 손으로 그리 고생하노?" 라며 짠한 마음을 드러낸다. 괜한 말했다 싶어 머쓱한 찰나, 엄마는 엉뚱한 말을 꺼낸다. "손톱 예쁘네. 나도 어울리려나? 집에 있나?" 매니큐어가 집에 있는지 묻는 것이다. 문득 지난 여름의 기억이 떠오른다.
 객지 생활하는 나이기에, 엄마는 종종 찾아와 방치된 집과 소홀하기 일쑤인 끼니를 챙기며 쓸쓸한 내 일상을 따뜻하게 보듬는다. 고마움과 반가움을 달리 표현할 길없는 나는, 엄마에게 맛있는 밥 한 끼 대접하는 게 고작이다. 그날도 그랬다. 8월, 더위에 약한 엄마에겐 힘든 날씨였다. 택시에서 내려 걷는 5분 사이, 엄마 얼굴엔 벌써 땀방울이 맺혔다. 가게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 앞에 앉고서야 살겠다며 숨을 골랐다. "니는 땀도 안 흘리고 뽀송뽀송하네." 그 말에 장난치듯 되물었다. "부럽나?" "응. 부럽다." 순진한 소녀 같은 솔직한 대답에 갑자기 알싸한 아픔이 일며 미안했다. '아, 엄마도 여자였지.' 땀 흘리지 않는 보송보송한 피부가 부럽고, 매니큐어를 좋아하고, 마음에 드는 옷이 안 맞아서 서운한 여자. 그때 '엄마가 여자라는 걸 잊지 말아야지.' 했건만, 어느새 또 잊고 말았다.
 그러나 반전의 여왕인 엄마는 또 한번 내 마음을 친다. "그래도 내 손 안 닮아서 다행이다. 엄마처럼 뭉툭하고 재미없게 안 생기고, 가지런하니 예쁘니까." 당신의 못생긴 손에 대한 서운함보다 닮지 않아 예쁜 딸의 손이 좋다 말한다. 세상 어느 누가 자신보다 곱고 잘난 무엇을 아무런 그늘 없이 좋다 말할 수 있을까.
 새로운 해를 맞이하여 마음에 새겨본다. 엄마, 아빠에게도 가족이 준 이름이 아닌 각자의 이름과 그에 어울리는 인생이 있음을. 그분들 덕분에 누린 행복과 즐거움을 돌려 드려야 할 때가 아닌지, 너무 늦지 않았는지 생각한다. 엄마에게 여자로서 어울릴 무언가를 선물해 보자, 마음 먹는다. "이순희 여사님, 새해엔 가족이 아닌 당신을 위해 어떤 꿈을 꾸십니까?"

댓글목록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오늘 밤 돌아간신 친정 어머니 생각이 간절하네요.
딸로서 엄마도 여자였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고 대했던 적이 있었는지 반성해봅니다.
내딸한테 받는 여자로서의 가치를 나는 엄마에게 해드린 일이 있었는지 가슴이 저미네요.

오춘희님의 댓글

오춘희 작성일

딸과 마주앉아 얘기하고 싶고 문득 보고파질때 엄마는 늘 어디어디 식당에 뭐가 맛있더라며 당신이 돈낸다고 밥먹으러 가자는 전화를 가끔 합니다. 딸은 늘 바쁘다고 담에 가자며 전화를 끊습니다. 그리고 혼잣말로 왜그리 자주 전화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됩니다.
나도 내 아들들의 엄마입니다. 아들이 엄마에게 툴툴거리고 서운하게하면 가슴 한구석 커다란 멍자국처럼 섭섭함이 밀려옵니다. 그런데도 나 역시 똑같이 내엄마에게 서운한 딸이 됩니다.
아마도 엄마가 늘 가까운 곳에 계시기에 그 고마움을 몰라서겠죠?
지금이라도 따스한 전화 한통넣어서 근처교외로 바람도 쐬고 엄마가 가고 싶다는 식당에도 가야겠어요. 나중에 밥한끼 먹자할때 "네" 하고 달려갈걸...하며 후회하지 않게요.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요. 좀더 따뜻한 딸이 되어야합니다.
그럴수 있는 날도 그리 많이 남아있진 않을테니까요.

신명희님의 댓글

신명희 작성일

바쁘다는 핑계로 부모님께  전화도 자주 못하는 저는
눈시울만 붉히고 갑니다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작성일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항상 힘들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죠.
가슴속에 항상 살아계시죠.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란 시가 생각납니다.

정경숙님의 댓글

정경숙 작성일

엄마라는 단어는 언제나 짠한 그리움과 애잔함으로 가슴에 와 닿습니다.
늘 그자리에 계시기에 이런저런 다른일을 다 보고서야 생각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시댁일때문에 남편, 자식들 일로 순위는 항상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부산에서 대구로 시집온 나를위해 친정엄마는 자주 못오시는걸 늘 미안해 하며
한번 오시면 집안일을 꼼꼼히 챙겨주시곤 마지막엔 꼭 마트에 들러 냉장고 속을 꽉 채워주고서야
돌아가시곤 했습니다. 늘 나는 당연한 것처럼 받았구요.
이제라도 미루지말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만나서 맛난것도 사드리고, 엄마집 냉장고도 채워드려야 겠습니다.
엄마가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시는건 아닐테니까요.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빠른 시간이랍니다.
지금 바로 전화드리고 함께 웃음을 나누어보세요.
엄마는 늘 그 자리에 그대로 계실 것 같지만 미루다보면 늦어버립니다.

이태자님의 댓글

이태자 댓글의 댓글 작성일

쌤 엄마 냉장고 채워드렸나요? 맛있는것 사드리고 같이 놀아 드렸나요?
궁금해지네요.

생각이 들때 행동으로 옮기세요

저도 낼은 엄마한테 전화 드려야겠어요.  잘지내시냐고 안부라도 챙겨야 될것 같네요.

오춘희님의 댓글

오춘희 작성일

5월이 가기전에 우리 모두 부모님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네요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이래서 좋은글인가 봅니다.
모두들 잊고 살았던 얘기들을 이 한편으로 되살릴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복희님의 댓글

이복희 작성일

저도 항상 엄마하면 마음이 짠합니다. 투덜투덜 원망만 하던 미운모습만 보였던 딸이였습니다. 전화한통해야할까봅니다.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투덜대는 딸이라도 엄마는 늘 예쁘고 자랑스러우실거예요.
아프지말고 효도하세요.^^

이소정님의 댓글

이소정 작성일

항상 양보만 하시고 희생만 담당해오신 우리들의 어머니~~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우리도 그런 어머니가 되어가고 있겠죠??

김경희님의 댓글

김경희 작성일

내가 잘 되었을 때 제일 기뻐해 주는 사람은 엄마이고
내가 가슴 아파할 때  더 아파하고 속상해 하는 사람도 엄마이고
좋아하는 것 해 놓았다고 전화해 주는 사람도 울엄마입니다
그래서 인가 내가 외롭고 힘들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도 엄마입니다
엄마없인 못살것 같았던 마음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는 걸보면 철없는 어린얜가봐요
마마걸?은 아닌데!
'소년과 나무'라는 글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주고 한동안 떠나버리고 외롭게 두었는데도 마지막 쉴 휴식자리까지 마련해준 나무..
모든 엄마는 그런 나무인것 같습니다..어머니 사랑합니다,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항상 옆에 계실 것 같은 엄마지만 훌훌 떠나버릴 수 있다는걸 명심해야죠?
그 빈자리가 얼마나 짠한지요.
노력합시다.

한미자님의 댓글

한미자 작성일

어버이날이 가장 빠쁜 딸들을 두신 울엄마, 어버이날이 한참이나 지난 후에 찾아가, 오랜만에 외출을해서 고깃집에가서 고기사드리고, 경로당 갈 때 신으시라고 푹신한 여름신발 하나 사드렸더니 너무나 좋아하시던 모습이 떠오르네요. 사소한 것이 자랑거리가 되었네요. 울엄마에게...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댓글의 댓글 작성일

그래도 한팀장은 예쁜 딸이 되어드리네요.
더 자주 할 수 없다는게 안타깝지만 그래도 그 마음을 잊지않는다는게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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