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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권정생과 도법...그리고 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여유경
작성일 12-07-01 16:48 | 조회 1,821 | 댓글 4

본문

<1>


도법 : 작년 3월 지리산을 시작으로 전국 탁발순례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며 생명과 평화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권정생 : 걸어서 전국을 다닙니까?


도법 : 많이는 못 걷고요. 하루 15㎞ 정도 걷습니다. 지금까지 대략 6,000㎞를 걸었지요.


권정생 : 걷는다고 생명이 살아나나요.


도법 : 일단 걸으면서 고민하자는 것이지요. 요즘은 인터넷이나 통신의 발달로 사람들이 잘 소통하는 것 같으나 오히려 옛날보다 단절이 더 심합니다. 만나서 환경, 생명 문제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권정생 : 이렇게 걸어다니면 누가 일을 합니까.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일할 농민이 더 필요합니다.


도법 : 저도 줄기세포를 만든 황우석 교수보다 농민들의 삶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을 먹여살리는 사람들이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요. 바로 오늘날의 농촌과 농민들을 보면 알 수 있지요.


권정생 : 오히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자꾸 문제가 생깁니다. 말이 무슨 소용 있습니까. 스님처럼 사람들과 만나 얘기할 게 아니라 다소곳이 시골에 내려와 일하면 됩니다. 정 걸어야 한다면 스님 혼자 걸으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하면 되지요.


도법 :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두 선생님처럼 살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게지요. 혼자 어렵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할 일을 모색하는 겁니다.


권정생 : 다들 고향이 있지 않습니까?


도법 : 선생님처럼 고향에 살면 쫓겨납니다.


권정생 : 쫓아내도 꿋꿋이 나 여기 살겠다 하면 더이상 어쩌지 못하지요. 저는 위대한 사람이 없는 세상이 훌륭한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마더 테레사 수녀는 수많은 불쌍한 사람들이 있어 훌륭하게 됐지요. 간디는 영국인 침략자들이 만든 것이고. 말없이 착하게 살아야 하지요. 우리 동네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전에 이현주 목사가 찾아왔는데, 그분에게도 허공에 떠도는 말 그만하고 농사지으라고 했어요. 농사질 힘이 없으면 마당에 텃밭이라도 가꾸라고.

사람들만 말을 만들어요.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말하셨어요. 󰡐저 뜨거운 태양 속에 있는 감이 언제 뜨겁다고 하더냐󰡑고. 어머님도 평생 덥다는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도법 : 방은 따뜻하십니까?


권정생 : 당연히 춥지요.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게 살아야 하는 게 사람의 도리이지요.


(경향신문에 난 기사를 바끼통에 옮겨놓은 걸 봤습니다.)


 

<2>


권정생 시 두 편


 

한 인간과 하늘이 동시에 울부짖었다.


 

<인간>


 

70년을 살았지만

아직 양복도 못 입어보고

넥타이도 못 매보고

장가도 못 가보고

약혼도 한번 못해 봤습니다.

돈까스도 못 먹어보고

피자도 못 먹어 봤습니다.

억울합니다!

억울합니다!


 

<하늘>


 

겨우 70년을 살아보고 그러냐

나는 7백억년을 살았지만

아직 장가도 못 가보고

돈까스도 못 먹어보고

피자는커녕

미숫가루도 못 먹어봤다.

이 꼰대기 같은 놈아!




 

가을 하늘


 

아침 나절

양지쪽에 앉아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높고 푸른 하늘을 보는데

저쪽 가장자리에

둥글넙적한 것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하느님이 똥을 누고 계셨다.


 

오늘 아침

늦잠 주무신 모양이다.



 

(민들레교회이야기에 실린 시입니다.)

댓글목록

노정희님의 댓글

노정희 작성일

여샘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를....
여러가지 생각하게  하네요.

권문주님의 댓글

권문주 작성일

잘 읽고갑니다 ^^

이은정님의 댓글

이은정 작성일

해학이 담긴 가슴저린 얘기입니다.
권정생 시인의 지지리도 슬픈 삶이 그대로 있는 것 같아요.

유정자님의 댓글

유정자 작성일

재미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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